영화에서 소개되는 ‘타르타리의 식물 양’에서 양이란 탯줄과 같은 식물 줄기에서 나는 동물 열매인데, 그 줄기를 잘라내면 죽는다고 한다. 즉 이 생물은 평생을 식물이자 동시에 동물 일부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질문한다.정부의 프로젝트로 섬마을에 들어온 전과자들이 감옥 없이도 사람들과 섞여 살아갈 수 있을지 담당 시청직원은 걱정이다. 과거를 들킬까 떨고 있는 자가 있는가 하면 미리 이력을 밝히는 이도 있고, 대놓고 야쿠자 같은 젊은이와 손을 털고자 하는 야쿠자 노인이 있다. 자신을 스스로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수를 범했던 자신의 욕망에 여전히 충실한 자도 있다. 이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노로로 괴물에게 바쳐지는 두 제물 중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는다는 섬의 전설처럼, 또 식물 양을 잡아먹는 늑대만이 그 맛을 알 수 있었다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 삶의 맛이 무엇인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모습에 대해 선/악의 답을 쉽게 내릴 수 없음을 영화는 조용히 지켜본다. 


/BIFF 프로그램 노트, 채희숙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아주 주관적이고, 두서없고,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으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 그저 편안하게 아, 이 사람은 이런 장면에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XD









0. 금구모궐 (羊の木, 양의 나무) 라는 번역 제목에 관하여.


금구모궐은 양치식물과의 하나인 금털강아지고사리를 다르게 일컫는 이름이라고 한다. 식물 관련 저서에서는 금구모궐이라는 종소명의 유래에는 타타르 언어로 양(羊)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고, 또한 반은 식물이며 반은 양인 식물양이 흑해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타타르인들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섬세하고 많이 다져진 흔적이 보이는 번역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구모궐, 이라는 제목만 두고 보았을 때는 쉽게 영화의 갈피가 잡혀지지 않고, 제목의 어감에서 주는 느낌은 관객들에게 중화권 영화인가? 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생소한 종소명으로 굳이 개봉할 이유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부분.



1. 츠키시에 하지메.



1-1. 츠키시에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베이스.

츠키시에 하지메는 취미로 밴드를 한다. 밴드의 포지션은 베이스. 그가 베이스를 치는 이유는 하나. "아야가 기타를 하고 싶어 했거든." 츠키시에가 베이스를 치는 것에 대해서 그의 성격과 직업적인 특징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베이스는 밴드의 기초, 기타와 드럼의 박자에 맞추어 주며 이끌어나가야 하는 포지션이며, 이런 그의 밴드 내의 위치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징과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1-2. 츠키시에는 정말 평범하고도 평범한 소시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직업적으로 반복적인 친절함을 보이는 장면들에서도. 자신이 우오부카시로 데려오는 사람들의 정체가 전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스기야마의 심부름을 거절하는 장면에서도. 자신이 데려오는 사람들이 전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과장님의 컴퓨터를 훔쳐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질투심에 불타 미야코시의 과거를 폭로하는 장면, 그리고 그 후에 죄책감에 미야코시에게 만남이 아닌 전화로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채 망설이며 미야코시의 모든 과거들에 대해서 물어보는 장면에서도. 마지막으로 절벽에서 미야코시에게 화를 내며 눌러두었던 진심을 말하는 장면들까지.


1-3. 츠키시에는 우오부카시의 전설 속, 노로로를 물리쳐 이긴 시민들 중, 한 사람이었을까.



2. 이시다 아야.



2-1. 아야의 기타 소리는 평범하지 않고 정신이 없다. 규칙과는 먼 느낌의 선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쩌면 아야가 츠키시에에게서 흥미를 찾지 못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츠키시에는 규칙적이고 박자를 맞추어야 하는 베이스이고, 그는 평범한 사람 그 자체에 불과하니까.



3. 미야코시 이치로.



3-1. 미야코시는 우오부카시와의 연이 있지 않았을까.

츠키시에와 처음 만난 장면에서 다른 다섯 명의 사람들은 "사람도 좋고, 생선도 맛있어요." 라는 츠키시에의 대답에 대부분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는 먼저 (이 장면이 츠키시에의 대사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우오부카는 좋은 곳이죠? 사람도 좋고, 생선도 맛있고." 라는 말을 한다. 


3-2. 미야코시가 아야에게 끌린 이유는 아야의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기타 연주가 아니었을까.


3-3.  미야코시는 노로로가 아니었을까.

미야코시는 아이들이 노로로- 하고 외치는 놀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채 물어본다. "노로로가 뭐니?" "바케모노! 괴물!" 감정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미야코시를 괴물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을 가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노로로 축제 때 술에 취한 후쿠모토를 감정 없이 제압하던 미야코시를 흥미롭게 바라본 스기야마는 축제 의식 중 미야코시에게 질문을 한다. "너 도대체 뭐냐?" 그러나 미야코시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의식 중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절인 "노로로-" 라고만 외칠뿐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이어지면서 마치 스기야마의 대답에 미야코시가 답변을 한 것 만 같이 보였다.


3-4.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코시는 우오부카시의 새로운 주민이 되고 싶었다.

택배원,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했던 물건을 전달해주는 중요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츠키시에에게서 계속해서 "그거, 친구로서 물어보는 거야?" 라며 츠키시에와의 관계에 대해서 계속해서 물어보고. 아야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타이밍에 마치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듯, 잃고 싶지 않으려는 듯 아야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까지도. 



4. 쿠리모토 키요미.



4-1. 쿠리모토의 생선을 손질하는 장면에 대하여.

쿠리모토는 일이 끝난 후 저녁 시간, 그녀는 생선 두 마리를 구매한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생선 대가리를 깔끔하게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후반부의 노로로 동상 머리가 떨어지는 장면의 복선이 아닐까.


4-2. 쿠리모토가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묻은 것에 대하여.

나는 이 장면을 노로로에 관한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노로로는 악귀이지만 어찌 되었든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쿠리모토는 해변가에서 일을 하다 노로로 동상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 후에 그녀는 생선 두 마리를 사 오고 (이 장면이 정확한 것은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녀가 노로로 동상에 대해 흥미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집 마당에 그녀는 물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흙에 묻어준다. 이 장면은 노로로에 대한 추모이자 또 다른 노로로가 생겨나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4-3. 그래서 나는 쿠리모토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거북이의 시체를 묻어주며 "작별 인사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테마곡과 같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던 노로로의 머리가 떠오르고 그녀가 생명들을 묻은 무덤에서 싹이 돋는 것까지.


4-4. 또한, 그러므로 나는 그녀가 이 영화의 "신" 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쿠리모토가 찾은 금구모궐, 양의 나무에 관련한 그림 속 나무에 걸린 양의 숫자는 다섯 마리이다. 영화 속에서는 여섯 명의 전과자들에 관한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림 속에 존재하지 않는 한 마리의 양은 그 그림을 찾은 사람은 쿠리모토가 아닐까.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도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의 청소부이다. 그녀는 남들이 관심이 없는 곳에 버려져 있던 새의 사체를 발견하고선 그를 묻어준다.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한 채 잊혀가는 생명체를 거두는 쿠리모토. 

만취한 후쿠모토가 난동을 피우자 두려움에 떨면서 쿠리모토는 마을 축제에서 벗어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무서워요." 자신의 힘을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쿠리모토. 그리고 4-2에서 말 한 생선을 묻는, 그로 인해 시작된 노로로에 관련한 이야기와 그 무덤들 속에서 새싹이 돋는 마지막 엔딩 장면까지.



5. 오타 리에코는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파르페의 휘핑크림 부분만을 먹고 있다. 이런 부분은 오타 리에코의 변태적인 성향을 미리 암시한 것인 걸까.



6. 후쿠모토 히로키는 아마도 욕구에 절제가 약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츠키시에와의 첫 만남에서 라면, 만두, 볶음밥까지 정신없이 먹는 장면과. 권한 술을 점점 거절하지 못하다 술에 취해 결국에는 술병에 입을 댄 채로 다 마셔버리는 장면. 그리고 만취 상태로 행패를 부리는 장면까지.


6-1. 그래서 후쿠모토는 언제나 망설이고 소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절제력을 잃은 순간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니까.



7. 스기야마 카츠시는 처음부터 우오부카시의 일원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그 곳에서도 흥미로운 일을 만들 생각에 젖었을 뿐.


7-1. 스기야마가 피는 담배, 세븐스타는 타르가 보통 담배보다 두 배 이상의 양을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니코틴도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스기야마가 언제나 누군가를 죽일, 누군가를 괴롭힐 무거운 상상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독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닐까.


7-2. 스기야마가 미야코시에게 죽은 것이 3-3, 미야코시가 바닷속의 악귀인 노로로여서가 아니었을까. 스기야마의 직업은 어부였으며 그는 미야코시와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도중 이야기한다. "바다 위에서는 내가 더 셀걸." 하지만 그는 미야코시에게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한다. 물론 스기야마가 미야코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그것 뿐만은 아니었지만.



8. 오타 리에코, 후쿠모토 히로키, 오노 카츠미, 이 세 사람은 "가족" 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사람들과 우오부카시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런 전개에 더불어 생각나는 장면은 츠키시에의 차가 해변가를 달리는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의 왼쪽 밑에서 편의점 패밀리 마트가 지나간다. (그러나 이 장면이 어떤 사람을 태우고 가는 장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세 사람을 떠올리기엔 충분한 요소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9.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지만 회차를 거듭해서 볼수록 거듭하는 생각이 많아질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찾지 못했던 많은 복선들과 장면들을 알게 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10. 엔딩 크레딧이 마치 바닷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장면과 금구모궐의 주제를 담고 있는 테마 곡, death is not the end.



11. 각각의 살인범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그것을 업으로 삼아서, 흥미로움을 위해,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등등의 많은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들에게 우리는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힌 채로 살아가게 만들 것인가, 혹은 그것을 한 날의 과오로 이해해주고 넘어갈 것인가.



12. OST는 영화 중간중간 지루한 장면들을 상쇄시켜 주기에 가장 적절한 요소였다. 또한 잔인한 장면이 지나갈 것만 같은(실제로 잔인한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를 가장 완벽히 만들어 주었다.



13.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이러한 인물들이 살고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특히 미야코시 이치로가 살인을 저지를 때의 아무렇지 않음과 평소의 멍하고도 무관심한 미묘하게도 다른 감정선을 세심하게 살린 마츠다 류헤이의 섬세하고도 정교한 연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너무나도 평범한 츠키시에 하지메, 또한 그래서 더 어려워 보이는 연기를 그 어떤 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고 보여준 니시키도 료.



14. 영화제는 처음이었는데, 관객 모두가 오로지 영화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또한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쏟아지는 박수 갈채는, 아마 잊지 못 할 것이다.



15. 그리고 이 모든 영화를 보러 가게 만들어 준, 니시키도 료. 

고맙고, 자랑스럽다.